기록되지 않는 눈물과 유리 성의 주인
먼 옛날,
세상의 모든 지식을 수집하여 세워진 거대한 '유리의 성'이 있었습니다.
이 성의 주인은
성벽을 타고 흐르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보호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습니다.
성의 모든 벽에는 '데이터 주권'이라는 이름의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어,
허락되지 않은 그 어떤 시선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지요.

어느 날,
성문 앞에 한 여행자가 찾아와 멈춰 섰습니다.
그는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도, 성의 지식을 탐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성벽 아래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성 안의 감시 기계들은 당황했습니다.
여행자의 눈물은 성이 수집해온 방대한 데이터 중 어디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성의 주인은
'알고리즘'을 가동해 분석했습니다.
"슬픔인가? 아니면 안구의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적 활동인가?"
성 주인은 여행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눈물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성 안의 기록들과 대조해 보았으나, 그대의 슬픔은 복제된 '합성 데이터'보다 비효율적이다.
우리 성에는 그 눈물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된 '디지털 페르소나'들이 완벽한 기쁨과 슬픔을 연기하고 있다."

여행자는 고개를 들어 차가운 유리 성벽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성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이곳엔 '정서적 공명'이 없군요.
내 눈물은 데이터로 기록될 수 없기에 소중한 것입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내 몸이라는 필터를 거쳐 밖으로 흘러나온,
오직 나만이 가진 '주권'이기 때문입니다."
성 주인은 비웃었습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효율적이지 않은 감정은 노이즈일 뿐이다."
그때였습니다.
여행자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 투명한 성벽 아래 닿자,
결코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강화 유리에 아주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자의 눈물 한 방울이 성벽에 닿아 실금을 만들자, 성 안의 경보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습니다.
성 주인은 소리쳤습니다.
"시스템 오류다!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해라! 저 눈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침입 경로를 즉시 차단하라!"
그는 서둘러 수천 명의 '디지털 페르소나'를 성벽 앞으로 소집했습니다.
그들은 여행자보다 훨씬 더 비통한 표정으로,
훨씬 더 거대한 양의 눈물을 쏟아내도록 설계된 존재들이었습니다.
성 주인은 가짜 눈물로 성벽의 금을 메우려 했습니다.
'합성 데이터'로 만들어진 슬픔의 홍수가 성벽을 덮었습니다.
"보아라! 우리에게는 더 완벽하고 통제 가능한 슬픔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네 보잘것없는 눈물 한 방울이 이 거대한 시스템을 흔들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나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 주인이 동원한 수만 개의 완벽한 눈물들은 성벽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려 얼어붙을 뿐이었지만,
여행자의 그 작고 지저분한 눈물 한 방울은 멈추지 않고 성벽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습니다.
성 주인은 공포에 질려 직접 그 금이 간 유리 벽을 손으로 막아섰습니다.
"안 돼! 이 성은 완벽한 '데이터 주권'으로 보호되는 무결점의 세계다.
기록되지 않는 감정 따위가 들어와 체계를 망치게 둘 순 없다!"

그가 필사적으로 벽을 누르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유리 벽 너머에서 스며든 여행자의 눈물이 성 주인의 손등에 닿았습니다.
성 주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떼려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수집한 수조 개의 데이터 속에도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통증'이었습니다.
계산된 수치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저려오는 생소한 감각이었지요.
그 순간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들은 '슬픔의 모양'을 흉내 낼 수는 있었지만,
슬픔이 가진 '무게'와 '온도'는 결코 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을요.
여행자의 눈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정서적 공명'의 결정체였습니다.
시스템이 이를 '오류'로 인식했던 이유는 그 감정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거대한 성조차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성 주인의 손등 위로 번진 작은 온기는 이제 그의 심장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완벽하게 통제되던 성 안의 기계들이 일제히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논리로 무장했던 성 주인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온기는... 지울 수가 없구나.
내가 세운 이 유리 성보다, 이 작은 한 방울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성 주인은 처음으로 성벽을 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깨진 틈 사이로 여행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의 성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균열 사이로 비로소 '진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유리의 성 주인은 성벽을 더 높이는 대신, 성문에 작은 틈을 내어두었습니다.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진심이 언제든 흘러 들어와 성 안의 차가운 기계들을 깨울 수 있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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