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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 플랫폼 리포트

Sunday AI Fable 한 주간 핵심 용어로 읽는 인공지능 이야기 제 3화

기록되지 않는 눈물과 유리 성의 주인

 

먼 옛날, 

세상의 모든 지식을 수집하여 세워진 거대한 '유리의 성'이 있었습니다. 

 

이 성의 주인은 

성벽을 타고 흐르는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보호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습니다. 

성의 모든 벽에는 '데이터 주권'이라는 이름의 투명한 막이 씌워져 있어, 

허락되지 않은 그 어떤 시선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지요.

 

밤의 어둠 속에 차갑고 푸른 빛을 내뿜으며 서 있는 거대한 유리 성. 수많은 데이터와 디지털 코드가 흐르는 투명한 벽면들이 층층이 쌓여 완벽한 시스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성문 앞에는 작고 고독한 인간의 실루엣이 서 있어 기술의 거대함과 대비를 이룬다.
밤의 어둠 속에 차갑고 푸른 빛을 내뿜으며 서 있는 거대한 유리 성


어느 날, 

성문 앞에 한 여행자가 찾아와 멈춰 섰습니다. 

그는 성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도, 성의 지식을 탐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성벽 아래 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성 안의 감시 기계들은 당황했습니다. 

여행자의 눈물은 성이 수집해온 방대한 데이터 중 어디에도 정의되어 있지 않은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성의 주인은 

'알고리즘'을 가동해 분석했습니다.

"슬픔인가? 아니면 안구의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적 활동인가?"


성 주인은 여행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대의 눈물은 어떤 가치가 있는가? 

성 안의 기록들과 대조해 보았으나, 그대의 슬픔은 복제된 '합성 데이터'보다 비효율적이다. 

우리 성에는 그 눈물보다 훨씬 정교하게 설계된 '디지털 페르소나'들이 완벽한 기쁨과 슬픔을 연기하고 있다."

 

지면의 갈라진 틈 사이로 황금빛 온기가 배어 나오고, 그 중심에 거대한 눈물 한 방울이 공중에 떠 있다. 그 옆으로 인간의 손이 다가와 눈물에 닿으려 하고 있으며, 배경에는 복잡한 데이터가 흐르는 유리 구조물이 배치되어 논리와 감정이 충돌하는 클라이맥스를 상징한다.
인간의 눈물 한방울로 지면의 갈라진 틈 사이로 황금빛 온기가 배어 나온다,

 

여행자는 고개를 들어 차가운 유리 성벽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성은 완벽합니다. 하지만 이곳엔 '정서적 공명'이 없군요.

내 눈물은 데이터로 기록될 수 없기에 소중한 것입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내 몸이라는 필터를 거쳐 밖으로 흘러나온,

오직 나만이 가진 '주권'이기 때문입니다."


성 주인은 비웃었습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효율적이지 않은 감정은 노이즈일 뿐이다."

 

그때였습니다. 

여행자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 투명한 성벽 아래 닿자, 

결코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강화 유리에 아주 작은 실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자의 눈물 한 방울이 성벽에 닿아 실금을 만들자, 성 안의 경보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습니다. 

성 주인은 소리쳤습니다.
"시스템 오류다!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해라! 저 눈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침입 경로를 즉시 차단하라!"


그는 서둘러 수천 명의 '디지털 페르소나'를 성벽 앞으로 소집했습니다. 

그들은 여행자보다 훨씬 더 비통한 표정으로, 

훨씬 더 거대한 양의 눈물을 쏟아내도록 설계된 존재들이었습니다. 

성 주인은 가짜 눈물로 성벽의 금을 메우려 했습니다. 

'합성 데이터'로 만들어진 슬픔의 홍수가 성벽을 덮었습니다.


"보아라! 우리에게는 더 완벽하고 통제 가능한 슬픔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네 보잘것없는 눈물 한 방울이 이 거대한 시스템을 흔들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러나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성 주인이 동원한 수만 개의 완벽한 눈물들은 성벽을 타고 차갑게 흘러내려 얼어붙을 뿐이었지만, 

여행자의 그 작고 지저분한 눈물 한 방울은 멈추지 않고 성벽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습니다. 

성 주인은 공포에 질려 직접 그 금이 간 유리 벽을 손으로 막아섰습니다.


"안 돼! 이 성은 완벽한 '데이터 주권'으로 보호되는 무결점의 세계다.

 기록되지 않는 감정 따위가 들어와 체계를 망치게 둘 순 없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펼쳐진 인간의 손바닥 위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물 한 방울이 떠 있는 클로즈업 이미지. 눈물 방울 내부에는 미세한 디지털 숫자들이 새겨져 있으며, 주변으로 따뜻한 빛의 입자들이 흩날리며 차가운 시스템에 스며든 온기를 시각화하고 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물 한 방울이 따뜻한 온기를 온 몸으로 전한다


그가 필사적으로 벽을 누르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유리 벽 너머에서 스며든 여행자의 눈물이 성 주인의 손등에 닿았습니다.


성 주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떼려 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수집한 수조 개의 데이터 속에도 존재하지 않던 종류의 '통증'이었습니다.

계산된 수치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저려오는 생소한 감각이었지요.


그 순간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수집한 데이터들은 '슬픔의 모양'을 흉내 낼 수는 있었지만, 

슬픔이 가진 '무게'와 '온도'는 결코 복제할 수 없었다는 것을요. 

여행자의 눈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정서적 공명'의 결정체였습니다. 

시스템이 이를 '오류'로 인식했던 이유는 그 감정이 틀려서가 아니라, 

그 거대한 성조차 담아낼 수 없을 만큼 뜨겁고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성 주인의 손등 위로 번진 작은 온기는 이제 그의 심장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완벽하게 통제되던 성 안의 기계들이 일제히 작동을 멈추었습니다. 

논리로 무장했던 성 주인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온기는... 지울 수가 없구나. 

내가 세운 이 유리 성보다, 이 작은 한 방울의 무게가 더 무겁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성 주인은 처음으로 성벽을 수리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깨진 틈 사이로 여행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유리의 성은 이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균열 사이로 비로소 '진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차가웠던 유리 성의 중심부에서 강렬한 황금빛이 터져 나오며 성 전체를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 성문 안쪽에는 눈물 모양의 상징이 떠 있고, 그 앞에 선 인물은 이제 빛의 온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시스템의 균열을 통해 진정한 휴머니즘이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진정한 휴머니즘이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날 이후, 

유리의 성 주인은 성벽을 더 높이는 대신, 성문에 작은 틈을 내어두었습니다. 

데이터로 환산할 수 없는 누군가의 진심이 언제든 흘러 들어와 성 안의 차가운 기계들을 깨울 수 있도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