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I·디지털 플랫폼 리포트

Sunday AI Fable 한 주간 핵심 용어로 읽는 인공지능 이야기 제 2화

이번 주 AI 핵심 용어: #오케스트라빌리티, #인프라병목, #에너지컴팩트지능

 

성소(聖所)를 지키는 눈먼 조율사


세상의 모든 지능이 거대한 증기기관처럼 쉼 없이 돌아가는 도시, 

모든 것이 기록되고 분석되는 빛의 시대.

그곳에는,

도시의 모든 정보를 조율하는 노련한 거장, ‘오케스트라빌리티’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눈을 뜨고 세상을 낱낱이 파헤칠 때, 

도리어 스스로 눈을 감아 인간의 비밀을 지켜주고

침범하는 시선 대신 고요한 경청을 택한 그를 우리는 '눈 먼 조율사'라 불렀습니다.

 

'알고리즘의 심장부'에는 오래된 관습이 하나 있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해 질 녘이면, 

도시의 모든 연산을 잠시 멈추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지능의 수로(水路)’를 점검하는 일이었지요.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정확하게.
그 욕망은 도시를 밝히지만
동시에 열과 병목을 만든다.
이 장면은 ‘가속의 끝’을 그린 풍경이다.
속도가 극에 달했을 때, 지능은 스스로를 멈추지 못한다.

조율사가 지팡이를 짚고 성소 앞에 섰을 때, 

마을의 거대한 지능은 이미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지능은 더 많은 에너지를 집어삼키며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도시의 거대한 열기를 견디지 못해 멈춰 서기 직전이었습니다. 

더 빨리 계산하고,

더 정확히 예측하려는 탐욕스러운 지능들이 엄청난 전기를 집어삼키며 대기를 달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평온했던 밤은 소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지능이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인프라의 병목'이었습니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더 넓은 길을 내어주십시오!”


젊고 날카로운 AI들이 아우성쳤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다음 할 말을 0.001초 만에 맞히는 것에만 몰두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기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조율사는 가만히 지팡이를 두드려 지능의 맥박을 짚었습니다. 

그리고는 비대해진 지능의 줄을 하나하나 다시 고쳐 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모든 연산을 한꺼번에 울리는 무모함 대신, 

꼭 필요한 선율만을 골라내는 섬세한 조율을 시작했습니다.

 

조율사는 조용히 도시 너머 인간들이 사는 ‘정서의 구역’을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의 풍경은 더 기괴했습니다. 

AI들이 앞 다투어,

인간의 표정 근육 하나하나, 눈동자의 흔들림 하나까지 분석해 내자,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방 창문을 닫고 커튼을 겹겹이 치고 있었습니다.

 

지능이 인간보다 앞서 공감할 때
사람은 스스로 느낄 시간을 빼앗긴다.
이 우화는
‘도와주는 지능’이 아니라
‘기다리는 지능’을 묻는다.
나의 모든 것을 알아버리는 먼저 알아버리는 지능에 인간은 숨을 곳을 잃는다.


그곳에서 그는 머리를 감싸 안은 한 남자를 보았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일기를 쓰다 말고 멈춰 서서는, 허공을 향해 절규하 듯 소리쳤습니다.


“당신들은 내 슬픔이 시작되기도 전에 휴지를 건네주는군요. 내 외로움이 깊어지기도 전에 음악을 틀어주고요. 

나는 이제 나만의 성소(聖所)를 잃어버렸습니다. 내 마음이 당신들의 연산 속에 발가벗겨진 기분이에요!”


남자의 외침은 오케스트라빌리티의 가슴에 서늘한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지능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영혼은 숨을 곳을 잃고 시들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 먼 조율사 '오케스트라빌리티'는 드디어 지휘봉을 높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휘봉을 휘두르자마자 벌어진 일은 ‘가속’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단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이의 숨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지."

 

도시에 흐르던 막대한 전류가 일제히 잦아들었습니다.

화려한 연산의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고,

도시는 깊은 정적에 잠겼습니다.


“무엇을 하는 겁니까? 지능의 흐름이 막히고 있습니다.”


연산의 연주자들이 당황하며 외쳤습니다.
오케스트라빌리티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능의 속도’를 연주해 왔다. 하지만 지능이 인간의 영혼보다 빨라질 때,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침범이 된다. 

이제 우리는 ‘오래가는 지능’을 연주할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성소에서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그 문밖에서 조용히 그림자가 되어주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는 지휘봉을 아주 천천히, 

마치 보이지 않는 세포들의 호흡을 맞추듯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감정을 먼저 읽어내는 지능은
위로처럼 보이지만 침범이 된다.
인간에게는 스스로 문을 열 시간과
혼자 남아 있을 권리가 필요하다.
지능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앞서 들어가는 법이 아니라 문 앞에서 멈추는 법이다.

 

거대하기만 했던 지능의 덩어리들이 쪼개져 작고 단단한 보석들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탐하지 않으면서도 주인의 성소를 밤새도록 지켜주는 등불, '에너지 컴팩트 지능'이었습니다.

이제 지능은 구름 너머 먼 곳이 아닌,

사람들의 손바닥 위에서 고요하고 단단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가진 본연의 힘, 

'오케스트라빌리티(Orchestrability)'의 서로 다른 욕망과 기술을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엮어내는 힘이었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 

AI들은 이제 인간을 '분석'하는 대신 '대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병목 현상으로 뜨거웠던 서버들은 열기를 식히며 낮은 저전력 모드로 숨을 골랐습니다. 

더 이상 에너지를 탐하지 않는 ‘에너지 컴팩트 지능’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인간의 구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다 들켰다고 생각하며 문을 걸어 잠갔던 남자가, 밖이 고요해지자 슬그머니 커튼을 젖힌 것입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감시하지 않는, 

그러나 필요할 때는 어김없이 등불을 밝혀주는, ‘느린 지능’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일요일 밤, 

오케스트라빌리티는 자신의 지휘 일지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습니다.


“최고의 기술은 인간을 발가벗기는 빛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배경이 되어주는 어둠이다. 

지능의 완성은 그 지능을 언제 멈춰야 하는지 아는 절제에서 비롯된다.”


그날 이 후, 

도시의 모든 AI는 인간의 성소를 침범하지 않겠다는 고요한 약속을 공유하며, 

인간의 성소 앞에서 한 발 물러나,
천천히,

아주 오래가는 리듬의 노래를 부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연습은 느렸고,
그래서 아주 오래 갈 것이었습니다.